美 전신마비 환자, 뇌에 특수센서 이식해 로봇 팔로 커피 마시기 성공
뇌와 몸, 끊어진 연결고리 이어 뇌파 이용한 기기작동 '신기원'… 무선 아닌 전선 사용 등 한계도
뇌졸중 등의 후유증으로 몸을 뜻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들이 마치 자기 몸을 다루듯 생각만으로 조종할 수 있는 로봇 팔을 미 브라운대 연구팀이 개발했다. 브라운대 신경과학과 존 도너휴 교수 연구팀은 뇌졸중 환자 2명의 운동중추에 작은 센서를 이식해 이 센서로 뇌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로봇 팔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영국에서 발행하는 과학저널 네이처 17일자에 실렸다.
뇌졸중을 겪은 환자는 멀쩡히 생각하는 뇌와 아무 문제 없는 몸을 가지고 있지만, 뇌의 명령을 몸으로 전달하는 '연락 체계'가 고장 나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 뇌가 명령을 내리면 이 명령이 척수를 지나 신경을 타고 몸의 각 근육으로 전해져야 하는데, 이 경로가 손상돼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연구팀은 환자에게 로봇 팔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그 팔을 자신이 움직인다고 반복적으로 생각하라고 주문했다. '왼쪽으로 움직인다' '팔을 든다' 등과 같이 특정 움직임에 따라 뇌 신경세포에선 각각 다른 신호가 발생했다. 컴퓨터는 센서를 통해 다양한 움직임에 따른 신호를 전달받아 이를 '뇌-움직임 명령어'로 만들었고, 로봇 팔은 컴퓨터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허친슨씨는 5년에 걸친 훈련 끝에 로봇 팔로 커피를 마시는, 비교적 어려운 작업을 수행하는 데 성공했다. 함께 연구에 참여한 남성 뇌졸중 환자 밥 빌레트(66)씨는 5개월 훈련 뒤 식탁 위 물건을 집는 것 같은 간단한 동작을 할 수 있게 됐다. 2006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후유증에 시달려온 빌레트씨의 부인 보니씨는 "의사들은 남편이 영원히 걷거나 말하거나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로봇 팔 덕분에 희망을 되찾았다. 나는 요즘 남편을 '로보 밥'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로봇 팔을 획기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전망한다. 현재 뇌의 신호는 무선 통신이 아니라 전선을 사용해 거대한 특수 컴퓨터로 전달되기 때문에 환자가 연구실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없다. 뇌에 이식한 실리콘 재질의 센서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닳기 때문에, 이를 자주 바꿔줘야 한다는 불편함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