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의식은 몸속에 12년이나 갇혔지만 결코 질 수 없었다"
- 정지섭
- 국제부 기자
- E-mail : xanadu@chosun.com
- 1976년 3월 서울 미아동에서 태어났다. 빠르지도 않은데 ‘빠..
전신마비 딛고 선 남아공 청년 화제, "차라리 죽기를…" 엄마 말도 들어
"평범한 사람들처럼 느끼고 생각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으니 알릴 방법이 없었고, 사람들은 계속 날 식물인간으로 봤죠. 병수발 들던 엄마가 혼잣말로 '네가 죽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리는 것까지 들려왔죠. 이대로 몸에 갇혀 죽을 때까지 홀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몸서리쳤어요."
열두 살 때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뒤 12년을 전신마비 상태로 지내다 극적으로 재활한 남성의 투병기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9일 미국 공영방송 NPR에 가족과 출연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웹디자이너 마틴 피스토리우스(39)다. 컴퓨터 기술자를 꿈꾸던 그는 열두 살 때 희귀병 크립토콕쿠스 뇌막염을 앓아 의식불명에 빠져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부모는 포기하지 않고 정성어린 간호로 아들을 살려내 어엿한 사회인으로 키워냈다.
열두 살 때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뒤 12년을 전신마비 상태로 지내다 극적으로 재활한 남성의 투병기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9일 미국 공영방송 NPR에 가족과 출연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웹디자이너 마틴 피스토리우스(39)다. 컴퓨터 기술자를 꿈꾸던 그는 열두 살 때 희귀병 크립토콕쿠스 뇌막염을 앓아 의식불명에 빠져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부모는 포기하지 않고 정성어린 간호로 아들을 살려내 어엿한 사회인으로 키워냈다.
- 피스토리우스(왼쪽)와 부인 조애너. 의식불명·전신마비였던 그는 컴퓨터로 의사 표현을 할 정도로 좋아졌다. /NPR 홈페이지
그와 가족들이 방송에서 한 얘기에는 눈물겨운 헌신 스토리만 있진 않았다. 온전한 정신과 마비된 육신에서 느낀 공포와 좌절감, 자녀를 돌보다 지친 부모의 고뇌도 솔직하게 말했다. 부모는 아침이면 그를 둘러업고 차에 태워 돌봄센터에 갔고, 잘 때는 욕창이 나지 않도록 시계 알람을 두 시간 단위로 맞춰가며 밤새 자세를 바꿔줬다. 그 정성 덕인지 2년 뒤인 열네 살에 의식이 돌아왔다. 문제는 눈짓으로도 알리기 불가능할 정도의 마비 상태였기 때문에 부모조차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 정상적으로 말할 수 없는 피스토리우스는 이날 방송에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만들어낸 인공 음성으로 당시를 회상했다.
"전혀 구원받지 못하고 이대로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암흑 같은 생각에 차라리 의식불명으로 되돌아가는 게 낫겠다 싶기도 했죠." 돌봄센터는 그의 변화를 알지 못한 채 TV 앞에 앉히고 반복적으로 어린이 프로 '바니와 친구들'만 틀어줬다. 그 때문에 그는 지금도 '바니'라면 치를 떤다.
차차 기적 같은 변화가 왔다. 몸이 좋아지기 시작한 것. 의학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26세에 눈짓을 통해 사물을 구별하고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의료진 판단이 나왔다. 지금도 휠체어 신세지만 PC 자판을 두드려 만든 인공 음성을 통해 의사소통도 할 수 있다. 그는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웹 디자이너가 돼 어린 날의 꿈을 이뤘다. 여동생 친구와도 결혼해 가정을 이룬 그는 2013년 '유령소년: 나를 가둬놓은 내 몸에서의 탈출기'라는 수기도 썼다.
그는 갇힌 몸에서 '탈출'한 원동력으로 '존엄성(dignity)'을 꼽았다. "몸이 마음을 가둔 어느 날, 라디오에서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이 들려왔어요. '그들이 나로부터 무엇을 앗아가더라도 내 존엄성만큼은 빼앗지 못하리'라는 가사가 귀에 확 와 닿았어요. 그때 생각했어요. 절대 나를 가둬두려는 몸에 지지 않겠다고."
"전혀 구원받지 못하고 이대로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암흑 같은 생각에 차라리 의식불명으로 되돌아가는 게 낫겠다 싶기도 했죠." 돌봄센터는 그의 변화를 알지 못한 채 TV 앞에 앉히고 반복적으로 어린이 프로 '바니와 친구들'만 틀어줬다. 그 때문에 그는 지금도 '바니'라면 치를 떤다.
차차 기적 같은 변화가 왔다. 몸이 좋아지기 시작한 것. 의학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26세에 눈짓을 통해 사물을 구별하고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의료진 판단이 나왔다. 지금도 휠체어 신세지만 PC 자판을 두드려 만든 인공 음성을 통해 의사소통도 할 수 있다. 그는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웹 디자이너가 돼 어린 날의 꿈을 이뤘다. 여동생 친구와도 결혼해 가정을 이룬 그는 2013년 '유령소년: 나를 가둬놓은 내 몸에서의 탈출기'라는 수기도 썼다.
그는 갇힌 몸에서 '탈출'한 원동력으로 '존엄성(dignity)'을 꼽았다. "몸이 마음을 가둔 어느 날, 라디오에서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이 들려왔어요. '그들이 나로부터 무엇을 앗아가더라도 내 존엄성만큼은 빼앗지 못하리'라는 가사가 귀에 확 와 닿았어요. 그때 생각했어요. 절대 나를 가둬두려는 몸에 지지 않겠다고."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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