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rch 8, 2012

`가족이 버린 남자` 어느 50대 가장의 비애

식당가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제주시 이도 2동 골목길은 한결같이 깨끗하다.

이유는 13년째 매일 골목길 청소를 하는 양운봉 할아버지가 있기 때문이다.

71살의 양운봉 할아버지는 아침 7시만 되면 대빗자루와 싸리빗자루, 쓰레기통을 들고 다니며 골목길 구석구석을 청소한다.

각종 오물과 음식물 쓰레기, 휴지를 묵묵히 줍고 쓸고 치우는 일이 마냥 좋다고만 하는 양운봉 할아버지다.

13년 전 우연히 집 주변을 청소하다가 주변 식당가 뒤편 골목길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는 양운봉 할아버지는 궂은 날씨나 주말, 공휴일도 개의치 않고 매일 아침 빗자루와 함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누군가의 출근길을 미리 깨끗하게 청소함으로써 기분좋게 시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보람이라고 말하는 양 할아버지는 언제나 밝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양 할아버지는 지난 94년과 2005년 교통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친데다 청력까지 잃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양운봉 할아버지는 지금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힘든 내색없이 "운동 삼아 천천히 청소하는데 뭐가 힘들어"라는 한 마디를 남기며 골목길을 청소하는데 여념이 없다.

13년 동안 온전치 않은 몸으로 매일 아침을 빗자루와 시작하는 양운봉 할아버지의 삶이 이도2동을 더 깨끗한 모습으로 바꿔놓고 있다. 특히 다양한 식당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이도2동 골목은 어느새 쓰레기 줄이기운동과 함께 아침마다 가게 앞을 청소하는 문화로 변모했다.

이도2동에서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송일숙 씨는 “한결 같이 아침마다 청소하는 양 할아버지를 볼 때마다 감사하고 쓰레기 줄이는데 자연스레 협조하게 됐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7시마다 빗자루를 들고 한결같이 청소를 시작하는 71살 양운봉 할아버지로 인해 이도2동의 골목길은 오늘도 할아버지의 마음처럼 아름답게 시작된다.
제주CBS
박혜진 아나운서 zzzin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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