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rch 9, 2012

"자동차 사고로 전신마비 도요타와 13년째 법정 싸움"

"자동차 사고로 전신마비 도요타와 13년째 법정 싸움"



  • 입력 : 2010.02.26 05:18

美 도요타 청문회에서 거론된 한인 피해자 최혜연씨
"두 아이 태우고 가다 차량결함 추정 사고당해 회사측은 운전과실로 몰아"
美의원 "입장 밝혀라" 도요타측 "검토후 전달"

"힘 없는 한국인이 당한 사고에 대해 미국 의원이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최고 경영자에게 검토할 것을 주문했어요. 통쾌하고 감격했습니다."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24일, 댄 버튼(Burton) 의원이 한인 피해자 최혜연(51)씨 얘기를 꺼내는 순간, 최씨는 매사추세츠주 렉싱턴 자택의 휠체어에서 눈물을 흘렸다. 1997년 6월 30일 도요타의 코롤라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차체결함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지 13년 만이다.

버튼 의원은 도요다 아키오 사장에게 질의하면서 "이 사고는 도요타 차량이 연루된 교통사고로 한 여성이 두 다리를 잃었던 사건"이라며 사고의 개요가 담긴 서류를 증인석에 앉은 도요다 아키오 사장에게 전달했다. 버튼 의원은 "이 사고 기록을 검토한 후 도요타 측의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도요타 측은 버튼 의원의 요청에 대해 서류를 검토한 후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도요타자동차를 몰다가 전신이 마비되는 사고를 당한 뒤 13년째 법정소송을 벌이고 있는 최혜연(오른쪽)씨와 남편 최형철씨./최혜연씨 제공
24일 자택에서 만난 최씨는 사고 순간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뒷좌석에 3살난 딸과 5살 된 아들을 태우고 매사추세츠주(州) 90번 고속도로 3차선을 달리는데 갑자기 핸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서 차가 지그재그로 흔들렸어요. 왼쪽으로 핸들을 꺾었는데 반대로 오른쪽으로 차가 밀렸고, '끽'하는 굉음이 울렸습니다." 최씨의 차는 고속도로 길가의 표지판 기둥을 들이받은 뒤 전복됐다. 아이들은 무사했지만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실려간 최씨의 몸엔 감각이 없었다. 목뼈가 부러진 것이다.

1984년 남편 최형철(56)씨와 함께 유학, 단란한 가정을 꾸렸던 최씨의 삶은 이때부터 힘겨운 투쟁으로 기록된다. 대소변은 물론 가래침조차 남편의 도움 없인 뱉을 수 없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일리노이 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남편은 이때부터 아무리 길어도 6시간 이상 부인과 떨어질 수 없었다. 폴라로이드사(社) 엔지니어였던 남편은 매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부인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아이들을 깨워 등교시킨 뒤 출근했다. 이어 점심때면 다시 돌아와 부인의 수발을 들고 아이들 간식을 마련한 뒤 직장으로 향했다. 최씨는 남편이 스트레스와 영양부족으로 치아가 5개나 빠진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최씨는 "정말 썩은 동아줄을 잡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눈앞이 캄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도요타와의 긴 소송이었다. 최씨는 "명백한 차량결함인데도 회사는 운전과실로 몰고 갔다"고 했다. 소송에서 차량결함의 입증책임은 최씨 부부의 몫이었다. 사고 차량 밑으로 들어가 수백장의 사진을 찍은 남편 최씨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차량의 흔적을 부위별로 계산해서 차량의 문제점을 발견하려고 애썼다. 심지어 폐차 직전의 코롤라 차량을 구해서 사고 당시 차량과 똑같이 부숴놓고 사진을 찍어 다른 점을 찾아나갔다. 도요타자동차 측은 소송 3년째에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채 합의금으로 100만달러를 제시했다. 최씨는 거부했다. "나는 정말 잘못한 게 없는데 운전과실 주장을 굽히지 않는 회사의 돈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2005년 3월 1심 재판에서 최씨는 패소했다. 최씨 부부는 회사가 증거를 조작했다고 믿고 있다.

긴 소송으로 많은 돈을 쓴 데다 3년 전 남편의 직장인 폴라로이드가 문을 닫으면서 최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씨 가족들은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소설가가 꿈인 큰딸은 예일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대학원을 준비 중이며, 대학입학을 앞두고 있는 12학년 아들은 도요타스토리를 영화로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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