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pril 14, 2011

가장 쉬운 것, 가장 힘든 것

  이솝 우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여우 한 마리가 먹이를 찾지 못하여 굶주리다가 어느 날 사람들이 사는 동네로 내려오게 되었다. 들키지 않으려고 캄캄한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사방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기어가는데, 갑자기 어느 집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아기 엄마가 아기를 열심히 달래는 듯한 목소리도 들렸다. 그러나 그 아기는 점점 더 소리를 높여가며 울었다. 이제는 엄마도 화가 났는지 큰 소리로 야단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까 배고픈 여우의 귀를 번쩍 뜨게 만드는 소리가 들렸다. “너 엄마 말 안 듣고 이렇게 계속 울면 저 밖에 있는 여우에게 던져버린다!” 여우는 쏜살같이 달려서 그 집 창문 밑으로 갔다.

   창문 밖으로 아기를 던지기만을 고대하면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전혀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아기의 울음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 때 엄마가 아기를 달래면서 이렇게 소리쳤다. “어이구 우리 착한 아기. 에잇, 이 여우란 놈 오기만 해라 엄마가 머리통을 부숴 버린다. 아가야 뚝 그치고 잘 자거라.” 그러더니 콧소리를 흥얼거리면서 자장가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창문 밑에 쪼그리고 있던 여우는 이제 등뼈에 붙어버린 배를 움켜쥐고 걸어가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도대체 인간이라는 것들은 믿을게 못돼....”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은 아마 사람들이 마음을 바꾸는 일일 것이다. 아무리 굳게 결심을 했어도, 자신에게 불리할 것 같이 생각이 들면, 자기에게 좀 더 유익이 되는 다른 길이 발견되면 얼른 마음을 바꾼다. 그 이전에 했던 결심이나 약속 따위는 아예 기억도 나지 않는 습성이 있다. 아무리 깊게 사랑하던 연인 사이라 하더라도 마음이 바뀌면 아무 소용이 없다. “여자의 마음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다”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아마 마음을 변하는 일이 여자들에게 더 쉽게 일어나는 것처럼 생각이 되지만, 요즈음 세상에서는 남자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나을 것이 없는 듯 하다. 깡패들 세계에서도 “이제는 의리 있는 동지를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다”라고 푸념하는 것을 보면...

   그런데 또 한 편으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일이다. 예수님은 “너희가 나를 따라오려면, 너희 자신을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아야 한다”고 외치시지만, 우리들은 여전히 자기 고집을 버리지 않고, 옛 생각과 습관에 따라 살아가려고 한다. 조금이라고 고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되면 아예 그 길을 가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던 것과 다르면, 내 자존심이 조금이라도 상하면 그것은 무조건 잘못된 것이고 옳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해 버린다. 다시 말해서, 주님을 향하여 자기 마음을 바꾸기를 너무나도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복음서에서도 보면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 조차도 자기를 따르던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지 못하신 많은 예들이 소개되고 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도 근심하며 떠나간 부자 청년이 그러하였다. 열 두 제자들 중에는 아예 자기 스승을 적에게 팔아 넘긴 가룟 유다가 있다. 십자가 사건 앞에서 도망친 많은 제자들의 모습이 그러하다. 그러나 그 길이 쉬운 길이 될 수도 있다. 세상에 대해서는 결코 변하지 않는 굳은 마음을, 주님을 향해서는 언제든지 변하여 따라갈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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