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pril 14, 2011

우리에게 왕을 주소서

이솝우화 중에 “겁쟁이 토끼”라는 이야기가 있다.
   깊은 산골 우거진 숲속에 한 떼의 토끼들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토끼들은 무척 겁쟁이여서,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만 듣고도 오돌오돌 떨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토끼들이 모여서 회의를 열었다. 토끼들은 “우리는 이 숲 속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들입니다. 우리에게는 곰이나 늑대와 같은 튼튼한 이빨도 없고 새들처럼 날지도 못합니다. 참으로 우리는 슬픈 존재들입니다. 여우가 오면 도망가고, 개가 와도 숨어야 하며 독수리가 오면 급히 달아나야 합니다. 위를 보아도 아래를 보아도 모두 우리보다 힘센 동물들뿐입니다.”라고 한탄하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의논을 해보아도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그 때 어떤 늙은 토끼가 일어나 이렇게 외쳤다. “여러분, 아침부터 밤까지 이렇게 마음을 졸이면서 살 수는 없습니다. 겁쟁이로 살 바에는 차라리 죽는 편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우리 모두 산 밑에 있는 연못에 가서 빠져 죽읍시다!” 겁쟁이 토끼들은 이 말에 다 찬성을 하고 그 늙은 토끼를 따라 연못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데 마침 그 연못가에는 개구리들이 모여 노래를 하며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그러다가 떼를 지어 달려오는 토끼들을 보자 모두 겁에 질려 연못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것을 본 늙은 토끼는 “이 세상에 우리보다 더 약한 동물들도 있구나. 우리 같은 것을 무서워하다니...”라고 말하였다. 그래서 토끼들은 다시 용기를 얻고 숲속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의 마음이 무너지면, 그들이 속한 공동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는데, 이러한 일이 이스라엘 공동체에서도 일어났었다. 모세를 따라 애굽을 탈출한 그들에게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필요한 기본적인 조건들이 갖추어 졌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가데스바네아라는 곳에 모아 놓으시고 각 지파마다 정탐꾼을 뽑아 그 약속의 땅 가나안을 직접 정탐하도록 명령하셨다. 12명이 가나안에 들어가 40일 동안 탐지한 결과 그 땅은 정녕 젖과 꿀이 흐르는 땅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가나안 땅을 차지하고 있는 백성들과 비교할 때 자신들이 메뚜기와 같은 존재라고 악평하여 백성들의 마음이 무너지게 하였다. 그리하여 결국에는 하나님의 뜻을 따르지 못하고 40년 동안 광야를 헤맴으로써 민족 전체가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하는 불행한 신세가 되어버렸다.

   용기가 없는 백성들은 인간 영웅을 세우기를 좋아한다. 자신이 못하는 일, 하고싶지 않은 일을 대신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세워 놓고 그 밑에서 안일하게 유익을 취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면 모든 책임을 그에게 미루고, 자신을 열심히 변명한다. 그러기에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너희가 왕을 세우지 말라”고 경고하셨다. 왕을 세우면 그 왕이 이스라엘을 다스리게 되므로 하나님께서 직접 다스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며, 백성들은 왕 밑에서 연약하게 될 뿐만 아니라 수탈 당하는 고난에 처하게 될 것을 잘 아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명령을 듣지 아니하고, 다른 민족들을 힘으로 무찌를 수 있는 ‘강력한 왕’을 달라고 애원하였다. 결국에는 하나님께서도 마지못해 이것을 허락하셨고,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임에도 불구하고 왕의 압제 밑에서 고생하는 민족이 되고 말았다. 오늘날 하나님의 자녀들의 공동체인 교회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각자가 용기를 가지고 헌신함으로써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쳐서 하나님의 일을 이루어 나갈 것인가, 아니면 나에게 일방적으로 도움을 줄 큰 능력을 가진 왕을 구할 것인가?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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